로보택시가 오면, 아버지의 개인택시는 어떻게 됐을까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들으면 “아버지는 택시 드라이버”라는 짧은 구절에서 마음이 잠깐 멈춥니다. 저에게는 남의 노래처럼 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생전에 개인택시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로보택시 뉴스를 보면 센서가 몇 개이고 인공지능이 얼마나 똑똑한지보다 먼저 다른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 손님이 줄까 봐 걱정하셨을까, 몸이 힘들 때 차가 대신 운전해 주는 미래를 반기셨을까. 아니면 “서울 골목길을 기계가 뭘 안다고” 하셨을까.

사진: Alexander Migl,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2021년 IAA 전시 차량이며 현재 강남 운행 차량은 아닙니다.
정답은 알 수 없습니다. 저도 아직 자율주행택시를 직접 타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2026년 8월 현재 자료를 살펴보니, 이 문제는 “신기한 신기술이 나왔다” 정도로 끝낼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개인택시를 생계로 삼는 사람, 고령 운전자의 안전, 승객의 불안, 사고가 났을 때 책임질 사람까지 모두 연결돼 있었습니다.
로보택시는 먼 미래가 아니었다
우선 한국에서도 자율주행택시는 이미 돈을 받고 운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강남 심야 자율주행택시는 2026년 8월 20일부터 7대에서 19대로 늘었습니다. 평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강남 운행구역에서 카카오T로 호출할 수 있습니다. 2024년 9월 운행을 시작한 뒤 2026년 7월 말까지 1만5,140건이 탑승했고, 올해 4월 유료화 이후 이용도 6,176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지금 강남 자율주행택시는 ‘기사 없는 택시’가 아닙니다. 시험운전자 한 명이 항상 타고 있고, 골목길 같은 일부 구간은 사람이 직접 운전합니다. 우리가 미국 영상에서 보는 완전 무인 로보택시와 현재 한국 서비스를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됩니다.
다만 다음 단계도 예고돼 있습니다. 서울시는 2026년 11월 상암에서 운전석을 비운 레벨4 자율주행택시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로보택시는 갑자기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몇 달 뒤 서울에서 확인할 현실이 됩니다.

개인택시는 단순한 운전 일자리가 아니다
개인택시는 겉으로 보면 자동차 한 대로 하는 자영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택시운전자격, 개인택시 면허와 양수 요건, 교육, 차량과 운영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은퇴 후 누구나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중장년층에게 개인택시는 정년 이후에도 자신의 경험과 시간을 활용해 소득을 만들 수 있는 선택지로 여겨져 왔습니다. 회사가 정한 퇴직 연령 없이 스스로 운행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큽니다.
정확히 개인택시만 떼어낸 최신 연령 비율은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국가통계연구원과 한국교통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2023년 버스·택시·화물차 등 운수종사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23.6%였습니다. 적어도 운수업의 고령화가 막연한 인상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상황에서 로보택시가 빠르게 늘어나면 기술의 편리함만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택시면허와 차량은 노후 자산이고, 매달 생활비를 만드는 일터입니다. 승객에게 요금이 싸지고 배차가 빨라지는 변화가 운전자에게는 소득과 면허 가치가 흔들리는 변화일 수 있습니다.
반발이 생긴다면 단순히 “기술을 싫어해서”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고령 운전자와 로보택시, 어느 쪽이 더 안전할까
이 질문은 솔깃하지만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6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4만2,369건으로 전체 운전자 사고의 21.6%였습니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뜻하는 치사율도 고령 운전자 사고는 1.8%, 전체 연령은 1.3%였습니다.
그렇다고 “65세가 넘으면 위험하다”는 결론으로 바로 뛰어가면 안 됩니다. 고령 운전자 수 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고, 개인마다 건강과 인지능력, 운전거리와 운전환경이 다릅니다. 집단의 사고 건수만으로 눈앞의 한 사람을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나이만 보는 기준보다 실제 운전능력 평가와 반복 교육, 차량 안전장치를 함께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혼동하는 사고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26년 65세 이상 택시·화물 운전자를 대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보급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앞선 법인택시 3개월 시범에서는 100km당 오조작 횟수가 53%, 과속이 21%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 수치가 곧 사고가 53% 줄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선택지가 “그만 운전하라”와 “그냥 계속 운전하라” 둘뿐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로보택시는 사람보다 안전할까요?

사진: 9yz,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샌프란시스코의 Waymo Jaguar I-Pace 내부이며 국내 운행 차량은 아닙니다.
Waymo 연구진이 미국 세 도시에서 714만 마일의 완전 무인 운행을 분석한 동료심사 논문에서는 인간 운전자 비교 기준보다 부상 보고 사고율이 80%, 경찰 보고 사고율이 55% 낮았습니다. 분명 기대할 만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의 저자들은 모두 Waymo 소속이고, 특정 도시와 정해진 운행구역에서 나온 자료입니다. 경미한 재산 피해까지 포함한 비교는 결론이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2026년에는 Waymo 차량이 고속도로 공사구간의 차단 표지와 콘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진입한 사례들이 확인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3,871개 시스템의 리콜이 신고됐습니다.
사람은 졸고, 취하고, 순간적으로 페달을 잘못 밟습니다. 기계는 졸지는 않지만 공사구간처럼 학습과 규칙의 빈틈이 있는 상황에서 같은 오류를 여러 차량이 반복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기계는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위험의 모양이 다릅니다.
일자리를 없애는 도입과 일을 바꾸는 도입은 다르다
로보택시가 충분히 싸고 안전해지면 운전 업무가 줄 가능성은 큽니다. 그렇다고 내일 개인택시가 한꺼번에 사라질 가능성도 낮습니다. 현재 한국 서비스는 제한된 지역과 시간에 시험운전자를 태워 운행하고 있고, 제도와 사고 책임 기준도 정리 중입니다. 국토교통부도 2026년 별도의 자율주행택시 도입방향 연구를 발주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도입 여부를 찬반으로만 가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순서와 조건으로 도입할지입니다.
- 지역과 시간대를 제한해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심야 승차난이나 교통 소외지역처럼 기존 서비스가 부족한 곳부터 보완재로 시험할 수 있습니다.
- 안전자료를 기업 홍보가 아닌 공통 기준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사고 건수뿐 아니라 주행거리, 운행구역, 사람이 개입한 횟수, 운행 중단과 리콜도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 고령 운전자는 나이가 아니라 능력과 장비로 평가해야 합니다. 운전능력 검사, 페달 오조작 방지, 비상자동제동과 건강 상태를 함께 보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 기존 택시의 경험을 새 운영 역할로 연결해야 합니다. 로보택시도 충전, 세차, 정비, 차고지, 관제와 승객 지원이 필요합니다. 서울 법인택시조합과 자율주행 기업은 실제로 차고지·충전·정비 기반을 공유하는 상생 모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개인택시를 위한 별도 전환안이 필요합니다. 법인택시 회사의 인프라 협력만으로는 개인택시 운전자의 소득과 면허 가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기존 면허 보유자의 참여 방식, 단계적 감차와 보상, 전환 교육을 당사자와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아직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앞으로 논의해야 할 방향입니다. 특히 “새 일자리가 생길 테니 괜찮다”는 말만으로는 수십 년 운전해 온 사람의 생계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새 역할의 수와 소득이 기존 운전 일자리만큼 될지도 아직 모릅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아버지가 로보택시를 반대하셨을지, 직접 타보고 판단하셨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럴듯한 대답을 대신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질문은 해보고 싶습니다.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은 받아들이되, 평생 운전으로 먹고살아 온 사람에게 모든 비용을 떠넘기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로보택시가 고령 운전자의 실수를 줄이고 심야의 빈 택시를 채워 준다면 분명 좋은 기술입니다. 반대로 그 편리함의 가격을 개인택시 기사들의 갑작스러운 실직과 자산 손실로 치르게 한다면 좋은 도입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결국 비교해야 할 것은 “늙은 운전자 대 똑똑한 AI”가 아닙니다. 사람의 약점을 기술로 보완하면서, 기술 때문에 밀려나는 사람도 함께 보호하는 교통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강남 심야 자율주행택시를 직접 타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서류와 숫자로는 알 수 없었던 승차감, 불안했던 순간, 시험운전자의 역할까지 별도의 체험기로 솔직하게 기록해 보겠습니다.
이 글의 운행 정보와 통계는 2026년 8월 26일 확인했습니다. 자율주행택시의 운행 대수·시간·요금과 무인화 일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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