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은 매주 여러 명 나오는데, 나는 왜 5등도 잘 안 될까?
토요일 밤 당첨 결과를 보면 1등 당첨은 또 여러 개 나옵니다. 그런데 제 구매 내역을 열어보면 익숙한 숫자만 보입니다.
0원, 0원, 또 0원.
화면에 온전히 보이는 여섯 회차만 세어도 매주 5게임씩, 모두 30게임입니다. 이렇게 낙첨 내역이 줄줄이 쌓이면 슬슬 궁금해집니다.
1등은 매주 여러 개씩 나오는데, 나는 왜 5등도 이렇게 보기 힘들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전체에서 팔리는 엄청난 수의 게임과 내가 산 몇 게임을 같은 느낌으로 바라볼 때 생기는 착시가 큽니다.
먼저, ‘1등 20명’이 아니라 ‘1등 20게임’일 수 있다
뉴스나 당첨 결과에서 1등이 10명, 20명 나왔다고 흔히 말하지만 동행복권 공식 결과에 표시되는 숫자는 정확히는 당첨게임 수입니다. 한 사람이 여러 게임을 샀을 수도 있으니 고유한 사람 수와 항상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구분이 사소해 보이지만 꽤 중요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전국에서 판매된 수많은 게임을 한꺼번에 모은 결과이고, 내가 체감하는 것은 그중 고작 몇 게임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로또6/45 한 게임의 1등 확률은 공식적으로 8,145,060분의 1입니다.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오지 않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약 814만 게임이 모일 때 기대되는 1등 당첨게임 수가 1개 정도라는 뜻입니다. 전체 판매 게임이 그보다 훨씬 많다면 한 회차에 여러 1등 게임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물론 ‘기대되는 수’가 실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주에는 적게 나오고 어떤 주에는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5등 확률이 45분의 1이면, 45번 사면 한 번은 되는 것 아닌가?
여기서 가장 헷갈리기 쉬운 부분입니다.
5등 확률이 약 45분의 1이라는 말은 45게임을 사면 반드시 한 번 당첨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주 많은 사람이 아주 많은 게임을 반복했을 때 평균적으로 그 정도 비율에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각 게임을 단순히 독립된 시도로 보고 계산하면, 45게임을 샀는데도 5등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을 확률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44/45)^45 ≈ 36.4%
즉, 45게임을 사고도 5등이 한 번도 안 되는 경우가 대략 세 번 중 한 번꼴로 생길 수 있습니다. 100게임을 샀는데도 5등이 한 번도 없을 확률도 약 10.6%입니다. 드물기는 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확률의 평균은 약속이 아닙니다. 동전을 두 번 던진다고 앞면과 뒷면이 반드시 한 번씩 나오는 것이 아닌 것과 비슷합니다.
제 낙첨 내역 30게임도 계산해 봤다
동행복권은 1등부터 5등까지 어느 등수든 당첨될 전체 확률을 약 42분의 1로 안내합니다.
위 화면에 온전히 보이는 30게임을 대상으로, 각 게임을 독립된 시도로 단순화해서 ‘한 번도 당첨되지 않을 확률’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41/42)^30 ≈ 48.5%
거의 절반입니다. 제 화면에 0원이 줄줄이 찍힌 모습은 기분상 아주 불운해 보이지만, 통계적으로는 놀랄 만한 결과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한 게임씩 매주 52주 동안 샀다고 가정해도 한 번도 당첨되지 않을 확률은 약 28.6% 정도입니다. 1년을 꼬박 샀으니 뭔가 한 번쯤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네 사람 중 한 사람보다 조금 높은 비율로 무당첨이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실제로 같은 회차에 산 여러 조합 사이에는 단순 독립 계산과 약간 다른 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 숫자는 감을 잡기 위한 근삿값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장 사면 당첨 확률은 올라간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한 게임보다 다섯 게임을 사면 적어도 하나가 당첨될 가능성은 분명 커집니다. 하지만 지출도 정확히 다섯 배가 됩니다. 구매량을 계속 늘리면 당첨 가능성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낙첨했을 때 잃는 금액도 함께 커집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오래 안 됐으니 더 사야겠다’거나 ‘지난주 손해를 이번 주에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 회차에 계속 떨어졌다는 사실이 다음 회차의 내 번호를 더 유리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같은 번호를 계속 사는 것과 매번 바꾸는 것, 어느 쪽이 유리할까?
저도 낙첨 내역을 보다 보니 또 하나가 궁금해졌습니다. 한 번호를 끈기 있게 계속 사면 언젠가 보상을 받을까요? 아니면 매주 새 번호로 바꾸는 편이 나을까요?
매주 한 게임씩 산다는 조건이라면 둘의 확률은 같습니다.
이번 주에 고른 조합이 무엇이든 한 게임의 1등 확률은 8,145,060분의 1입니다. 다음 주 추첨은 이번 주 결과를 기억하지 않으므로, 지난주와 같은 번호를 내든 완전히 다른 번호를 내든 다음 한 번의 확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n주 동안 매주 한 게임씩 샀을 때 적어도 한 번 1등이 될 확률도 두 방법 모두 다음과 같습니다.
1 - (1 - 1/8,145,060)^n
같은 번호를 계속 사는 쪽에는 ‘내 번호’라는 재미와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내가 한 주 쉬었을 때 그 번호가 나오면 아주 억울할 것 같은 심리적 부담도 생길 수 있죠. 하지만 둘 다 취향과 감정의 차이일 뿐 수학적 우위는 아닙니다.
다만 같은 회차에 여러 게임을 살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5게임을 전부 서로 다른 조합으로 사면 1등이 될 수 있는 조합 5개를 확보합니다. 똑같은 조합을 5장 사면 당첨될 경우 당첨게임 5장을 갖게 되지만, ‘그 조합이 1등일 확률’ 자체는 여전히 8,145,060분의 1입니다. 적어도 한 번 당첨될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 목적이라면 같은 회차에서는 서로 다른 조합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다른 주에 한 게임씩: 같은 번호든 다른 번호든 확률은 같다.
- 같은 주에 여러 게임: 서로 다른 조합이 더 넓은 범위를 덮는다.
- 오래 낙첨됐다는 사실은 다음 추첨의 보너스가 되지 않는다.
자동 번호와 수동 번호, 잘 나온 번호에도 비밀은 없다
공정하게 추첨된다는 전제에서는 가능한 모든 6개 번호 조합의 1등 확률이 같습니다. 자동으로 고른 번호든, 생일을 조합한 번호든, 지난주에 안 나온 번호든 확률은 똑같습니다.
과거에 자주 나온 번호가 다음에도 ‘기세를 이어갈’ 이유도 없고, 한동안 안 나온 번호가 이제는 ‘나올 차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 눈에는 연속과 패턴이 잘 보이지만 추첨기는 지난주 결과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번호를 고르는 재미는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당첨 확률을 높이는 기술과 혼동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결국 로또는 ‘당첨 계획’보다 ‘재미 비용’에 가깝다
이번에 직접 계산해 보니 제 낙첨 내역이 덜 억울해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왜 나만 안 되지?”라는 생각은 조금 줄었습니다. 제가 유난히 운이 나빴다기보다 원래 그런 확률의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니까요.
로또를 산다면 생활비나 저축 계획과 섞지 않고, 잃어도 괜찮은 작은 재미 비용을 먼저 정해두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구매량을 늘려 손실을 만회하려 하지 않고, 당첨을 재정 계획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다음 토요일에 또 0원이 떠도 적어도 이것만은 기억할 수 있습니다.
1등 당첨게임이 여러 개 보이는 것과 내 몇 게임이 계속 낙첨되는 것은 전혀 모순이 아닙니다. 분모의 크기가 완전히 다를 뿐입니다.
복권은 만 19세 미만은 구매할 수 없으며, 과몰입이 걱정된다면 구매를 멈추고 동행복권의 이용자 보호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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